아무도 없는 집에 두 사람이 도착했습니다.

하나는 털썩하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카르마는 침대에 살짝 걸터 앉았습니다.

하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저기, 그림자도 자는거야?"

"필요하면."

"필요하면?"

"꼭 잘 필요는 없어, 먹을 필요도 없고. 하지만 잘 수는 있어."

"그렇구나, 편리하네."

"그렇지, 편리하지?"

카르마는 어린아이처럼 우쭐대며 말했습니다.

사실 그게 그렇게 우쭐댈만한 일도 아니지만요.

"그런데 아까 물어본거 말이야."

"응? 뭐?"

"어째서 이렇게 늦게 왔는지 물어본거."

"엑, 대답하기 싫으면 대답할 필요 없다며?!"

"그렇지만 역시 궁금해 졌어. 대답해줘."

"그러니까~그게~"

"얼버무리려고 하지말고 똑바로 대답해!"

"으..실은 어째선지 이쪽 으로 나오지 말라는 명령을 받아서."

"어라, 왜일까. 그런데 어떻게 온거야?"

"그건."

카르마의 얼굴이 굳어버렸습니다.

고약한 장난을 들킨 아이처럼.

"비, 비, 비밀."

"얼라, 말 더듬었다. 명령이란건 누구한테 받은건데?"

집요하게 추궁하는 그녀의 질문을 그는 급한일이 생각났다느니 하며 넘겨버리고 도망쳤습니다.

이곳은 명계의 중앙부.

예전에 말했던 대로 저승의 여왕님, 페르의 왕궁입니다.

그녀는 얇은 드레스를 입고 연분홍빛의 머리카락에 예쁜 티아라를 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명계의 주인에게 예를 취하도록 할까요.

안녕하신지, 페르.

"오, 또 왔어? 하지만 지금은 바빠서 한가롭게 얘기를 나눌수가 없게 됐지 뭐야."

아무래도 무슨일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있었지. 오늘 아침부터 카르마 녀석이 보이지 않아서 말야. 그 녀석 혹시 지상으로 가버린건.."

응, 가버리면 안돼?

"엉. 안돼."

딱 잘라 말하는 그녀의 태도에서 어딘지 모르게 분노가 느껴집니다.

"내가 절대로 지상으로 올라가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했는데 말야!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질 않나!"

그녀는 왕좌에서 훌쩍 뛰어 내려 신고 있는 예쁜 구두를 부서뜨릴듯 쾅쾅 거리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때 아까부터 왕좌옆에 서 있던 정장을 차려입은 노을빛 머리의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죄송하지만 페르님이 심기가 불편하신것 같으니 나중에 다시 찾아주시겠습니까."

허리를 굽히며 정중히 사과하는 그.

카르마가 그렇게 중요한 녀석이었나요?
"예, 공교롭게도. 제가 곧 나가서 찾아올수 있으니 잠시후에 다시 찾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네에,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럼 우리는 일단 다시 하나쪽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하필이면 그런걸 물어볼게 뭐람...대답해주기 곤란하잖아.."

해가 져버린 칠흑같은 어둠속에 카르마는 어느 튼튼한 느티나무 가지에 앉아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둠을 헤치고 카르마의 옆에 누군가 나타났습니다.

왼쪽눈에 온통 낡아보이는 붕대를 감고 성직자같은 로브를 걸친 자.

옷차림부터가 특이하군요.

"자아, 카르마군. 제대로 도착한 모양이군요."

"으힉? 타나토스?"

"좋아요, 정답입니다. 그것보다 이렇게 높은 나무위에서 뭐하는거죠?"

"네가 알것 없잖아."

"흠, 여기까지 데려다 준것이 바로 저 아닙니까? 그 정도는 들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가 흐흥흐흥 하며 웃다가 카르마의 눈을 보고 말을 잇습니다.

"게다가, 약속했죠? 여기에 데려다 주는 대가로 넘기기로 한것."

"그건..!"

카르마가 갑자기 당황해하며 언성을 높입니다.

하지만 타나토스는 빙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집게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 보입니다.

"조용히 하십시오. 누가 듣겠어요, 그럼 곤란하죠, 안 그래요?"

"아직은, 아직은 안돼."

"킥, 그렇겠죠? 좋아요, 최후의 순간을 즐겁게 보내도록 해요, 카르마 군. 그리고 이건,"

타나토스가 로브안에서 편지 봉투를 꺼내 듭니다.

"당신의 주인에게 건네주도록 해요. 절대로 당신이 먼저 열어보면 안됩니다. 이 약속을 어긴다면... 알고 있겠죠?"

"뭐, 뭐야, 무슨 속셈이야, 너?!"

"아하, 속셈이라뇨,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은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군요. 평범한 편지니까 안심하고 전해주도록. 그럼."

타나토스는 배경에 녹아들듯이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휘이잉......'

스산한 바람소리에 나뭇잎이 휘날립니다.

카르마는 혼자서 가만히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습니다.

"줘도 되는건가....."

그는 편지봉투를 아무렇게나 구겨넣습니다.

"최악이다...지켜야 할 자가 지켜야 할 것을 팔아버리다니..."

-----------------------------------------------------------------------------------

카르마 고양이 버전.

휴대폰 배경화면 사이즈에 맞춰진 특수 제작입니다.

여름버전.

액정이 큰 스마트폰에 맞춰진 배경화면 입니다.

젤리는 덧글을 먹고 삽니다.

하닥하닥.

제목은 스곰님이 제안해 주신 검은 그늘을 라틴어로 변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