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위에 수많은 왕들이 있었듯이

하늘에 위대한 천신이 있었듯이

지하에도 영혼을 다스리는 여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름은 페르.

아주 먼 옛날부터 내려온 여신의 이름.

사신을 부리는 여신.

죽음을 다스리는 여신.

음(陰)을 다스리는 여신.

시작의 여신, 종말의 여신.

어느 날 페르의 자리를 은퇴해야 하는 날이 오면 그 영혼은 다시 환생하고

새로운 영혼이 그 뒤를 잇는다고 어느 고문서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예?

그런 얘기 한번도 들어본적 없다고요?

당연하죠, 여기 얘기가 아니고 다른 세계 얘긴데.

아아, 다른 세계 얘기라고 벌써부터 '뭐야, 이고깽물이냐?'하고 뒤로가기 버튼 누르고 싶으신 심정 잘 압니다.

그런데 그런거 아니니까 일단 들어보세요.

이세계라고는 해도 이쪽이랑 거의 동일한 세계니까 별로 이질감은 들지 않을거에요.

하여튼 그 세계의 사람들은 옛날 얘기는 옛날 이야기라고 단순히 치부해 버린듯 하지만

사실은, 사실은......

"진짜 있어, 멍청이들아! 너네가 뒈지면 어디로 간다고 생각하냐!!!"

이렇게 화끈한 성격의 여신님이 정말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 전(前)대의 페르는 좀더 우아하고 고상하고 차분하고

하여튼 확실히 여왕님에 어울리는 성격이었다고 합니다만,

어쩔수 없습니다.

한번 선출된 이상은.

그러던 어느날 모두가 페르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게 될날이 왔습니다.

그림자가, 그림자가 살아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것도 그 전처럼의 새까맣기만 한 모습이 아닌 진짜 사람의 모습으로.

사실 모두들 '그림자'라고는 부르고 있지만 그들은 그림자가 아닙니다.

이쯤에서 페르의 얘기를 들어봐야 겠군요.

"쳇, 그림자? 멋대로들 불러 제끼시는구만. 사신이야, 내가 부리는 사신이라구."

응? 정말로?

"요즘 입시 스트레스다 뭐다 해서 자살률이 높잖아? 그래서 감시 겸 보낸거야. 죽을때까지 죽지 않게 하는거지."

그거 뭔가 좀 모순이지 않을까..

"에잇! 시끄러워! 신계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돌아갈거 같냐! 운명은 언제나 고정 되있는게 아니라고!"

사실 사신이 그림자라고 불리게 된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들이 곁에 붙어 있으면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그림자가 옅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신과 일반인을 구별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비치느냐, 비치지 않느냐.

사신은 일종의 영체로서 실제로는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것.

즉, 사신에게는 그림자가 없습니다.

의외로 쉬운 구별법이죠.

어, 그런데 저기 사신이 붙어다니지 않는 사람이 보이는군요.

그런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바보거나, 세상만사 고민이 없는 사람.

아니면 아예 자살의 가능성이 없는 사람.

또한 이 얘기와는 별개로 따로 소개시켜 드릴 사람이 있습니다만....

저기 저 골목에서 신나게 맞고 있는 여자아이가 그 주인공 입니다.

아무래도 이 여자아이에게는 그림자가 없는듯 한데...

-지금부터 얘기해 드릴 이야기는 바로 이 여자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시시할지,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저는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죠.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거절하시겠습니까?

가장 중요한 결정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

요게 연재가 될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0_0;

제가 워낙 게을러 터져서 말이죠...

+)블리치의 사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사전에 밝혀두고 싶습니다.

오히려 그쪽보다는 한국의 전통적인 저승사자와 비슷한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혼을 인도하고 위로하는 사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