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게만 느껴지는 황혼녘의 귀환길.

"물어보고 싶은건 뭐든지 다 물어봐도 돼!"

카르마가 말했습니다.

두텁고 포근하게 싸여진 주황빛의 공기가 사람들의 틈새에서 일렁였습니다.

"그럼,"

"응?"

"어째서 이렇게 늦게 온거야?"

흠칫 하고 카르마가 멈춰섰습니다.

"그건.."

"사실 조금 원망했어."

여름의 후텁지근한 습기가 소금기처럼 멈춰선 두 사람의 어깨에 내려 쌓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됐어, 와줬으니까."

하나는 씩 웃었습니다.

"와줬으니까, 그걸로 됐어.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 멋진 그림자가."

"혼잣말이야?"

"응, 하지만 들어도 상관없어."

두 사람은 걸었습니다.

길 위를, 때로는 똑바르게, 때로는 굽이굽이.

"저기, 그런데, 카르마."

"응?"

"아까 걔..그렇게 만들어도 괜찮은건가?"

"응, 당연하지! 상관없어!"

"그치만 그 애 그림자는 진짜 세단 말이지..."

"어라, 못 믿는거야?"

"그게 아니라...걱정되서."

"여차하면 내일 그 녀석 그림자 목이라도 들고올까?"

"아, 아니!됐어!"

소년은 터덜터덜 걸으며 처연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소년의 그림자가 소년을 보고는,

"끄아악?! 너 어째서 그렇게 된거야? 누구하고 싸웠어?"

'끄덕'

"분명 이 일대에는 날 봐서라도 너랑 싸우고 싶어할 녀석이 없을텐데.."

"그래서 말인데, 혹시, 카르마라는 그림자 알아?"

"응..................뭐?!!너 도대체 뭔일을 벌여놓고 온거야?!" 

소년은 차마 '오늘도 나가서 행패를 실컷 부리다 왔어~'라고 말할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림자는 자신에 관한것이라면 뭐든 알고 있는법.

"내가 못 살아! 너 또 그 여자애 괴롭히다 온거야?! 내가 하지 말랬잖아!"

그리고 소년의 그림자는 방을 왔다갔다 하면서,

"이런 일이 있을줄 알았어! 내가 따라 나갔어야 되는건데!"라던지

"아아, 끝장이다, 난 이제 죽었어.."라던가의 말을 중얼 거렸습니다.

소년은 그런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다가 문득 다시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카르마라는 녀석이 그렇게 무서운 그림자야?"

"너 명계에서 그 자식 별명이 뭔지 모르지?! 망나니야, 망나니! 적어도 명계에선 그 자식이랑 맞붙을만한 그림자가 없을거야."

소년의 그림자가 소년 앞으로 얼굴을 더 바싹 들이 밀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식이 누구의 그림자인지 알아? 네가! 날이면 날마다! 괴롭히던! 그 여자애 그림자란 말야아아아아아!"

소년은 자신의 그림자에 기세에 눌려 '히익'하고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난 이제 죽었다! 당분간 집 밖으로는 한발짝도 안나갈거야! 아니, 가능하면 영원히!"

------------------------------------------------------------------------------------------

막간을 이용해서 0.5화를 추가 했습니다ㅋ_ㅋ;

음, 배경음악을 넣으려고 했는데 안 되는군요OTL

우잉 그림 추가여ㅋ